정말 못 생겼다!
중학교 2학년인 필자의 딸이 글록17 권총을 보고 처음 한 말이다.
무슨 총이 이래? 총에 대한 별 다른 지식이 없는 어린 아이의 눈에도 이 글록은 대단히 못생겨 보이나보다.
그런데 이 '못생긴 총'이 지금은 총격전이 나오는 영화치고 글록 권총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가 없을 정도로 거의 자동권총의 대명사격으로까지 극상하였으며, 대단히 많은 권총 소유자가 있는 미국에서도 본래 미국의 권총들을 제치고 법집행기관, 군, 경, 민간에서 주류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글록은 오스트리아의 군용칼 및 문/창문 부품 제조업 업자인 가스통 글록이 개발한 자동권총으로서 본국의 제식권총으로 채택되어 사용되다가 총기시장중 가장 큰, 미국에 진출해 현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본 책 '글록-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폴 배럿 지음. 원제: Glock, The Rise of America's Gun.)'은 글록 권총이 오스트리아군의 소요에 의해 처음 개발되던때부터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비교적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일부 독자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글록 자동권총의 개발과정, 권총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각각 성능이 향상되며 새로운 버전이 나오는 상황, 글록 권총의 세부소개, 사양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록 권총 자체에 관한 세세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은 결코아니다.
대신, 전혀 총기를 만들어보지 않았던 제조업자인 가스통 글록이 의욕 하나만으로 권총을 개발해, 그것도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벗어나는 그러한 권총을 만들어 자국의 제식권총으로 자리잡게하고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딛게 된다.
사실상 지금의 '글록'은 총기(또는 총기제조사)의 이름이자 수많은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린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다. 그리고 미국시장이라는 넓은 영토에 세워진 또 하나의 제국(미국시장의 글록 지사와 그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 이 제국을 세우는데 공을 세운 사람들의 이야기, 지극히 미국적인 방식의 영업으로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영광스러운 권좌에서 추락하는 사람들, 음모와 배신, 탐욕에 이르는 넓은 관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총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총이 시장에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그것에 대한 동조자들과 반대자들의 이야기, 생활과 문화전반에 걸쳐 실제로 글록 자동권총이 사용되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제의 인물이며 여기 나오는 이야기들은 꽤 객관성을 유지한 사실이고 때로는 그렇기 때문에 가스통 글록이나 글록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사실을 드러내는데에도 서슴치 않는다.
미국은 오래 전 독립전쟁을 거쳐 하나의 국가로서 출범한 이래로 총기는 그들의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고 더불어 발달한 총기산업과 굵직한 총기제조사들이 자국산 총기를 제조해왔다. 그런 전통의 미국에서 먼 타국의 작은 총기제조사인 글록이 그들을 제치고 이렇게 주류 권총제조사로 자리잡게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라도 영화보듯이 접하게 해주는 책이다. 서술은 깔끔하며 지나치게 기술적인 용어나 상황이 등장하지 않으므로 권총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마치 하나의 기업/경영 드라마를 보듯이 서술되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독자로 하여금 읽다가 잠깐 잠깐 책장을 덮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더러 ''글록-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을 읽음으로써 미국 총기시장에 대한 이해와 구조. 정부와 NRA(전미총기협회)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실생활에서 총기가 가지게 되는 의미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앞서도 말했지만, 총 그 자체에 대한 세세한 사실을 제공하는 서적은 자칫 우리,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괴리감도 있을 수 있다. 우리에게 총이란 것은 총을 다루는 일부 층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생활속에 들어와있지도 않고, 조금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취미로서 즐기게되는 에어소프트건 분야도 정부의 규제속에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총을 생활속에서 다루고, 바로 접하게 되는 미국같은 나라의 독자들이 가지는 느낌과는 아주 다를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미국의 총기제조업자들이 어떻게 그 전에 총기를 만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이 이렇게 혁신적인 권총을 만들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으로 '한 번도 권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권총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는 부분이었다. 이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보다 요구되는 성능의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기존 관념에 머무르지 않는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 책을 한국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힘쓴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를 보내며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보다 폭 넓은 문화의 시각을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참고로 아래 사진 왼쪽은 초판본의 표지. 오른쪽은 당연히 한국어판!
본문중에 언급했듯이 이 책은 글록 권총 자체에 대한 세세한 디테일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글록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궁금한 분들께는 딱 맞는 책이죠.
글록을 좋아하게 되면서 글록 관련 서적을 여러 권 구입을 했습니다. 사실 이 [ 글록 -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책도 나온지는 꽤 되었고, 어떻게보면 이제서야 한국판으로 나오게 된 것인데, 대단히 반갑더군요. 이런 책들이 좀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글록 관련 책들중 한국어판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일겁니다.
다른 글록관련 책들도 틈나는대로 읽고 소개를 할 계획인데, 뭐 항상 그렇듯 읽다말다가 해서...^^;
그대로 다 읽은 책중의 하나인 '글록 레퍼런스가이드'는 이곳 게시판에도 소개글을 올렸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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